육아 이야기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만 커주기를 바라며

ken! 2018. 5. 23. 22:04


5월 1일

오늘은 노동절입니다. 출산휴가 전이라면 회사에서 전날 야호를 외치며 좋아했을 연휴입니다. 지금은 교윤이와 나에게 쉬는 날은 무의미하죠. 날짜가 바뀌는 것은 알겠지만 우리의 일상은 논스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에게도 내일의 개념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두 세시간의 배고픔과 기저귀의 축축함이 돌아올 뿐...
누가 신생아는 잠만 자고 먹고 싸고 해서 키우기 쉽다고 했던가. 계속 크는 동안 시련과 어려움이 있다고 하나 우선 어른과
패턴이라도 같으면 좋겠습니다. 옛날에는 애 키우기 쉬웠나 아니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키워서 유난 떨지 않은 걸까? 혼자 신생아를 볼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은 기대하지 않은 도움 없이 서운함을 주기 일쑤지만 힘들었던 것을 기억 못 하는 것은 아닐까라며 이해하렵니다. 그래야 육아의 힘듦을 조금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가 시간 맞춰 쿨쿨 자고 일어나기만 한다면 그것은 천국이겠지요. 문제는 안 잔다는 것이에요. 언제 잘지 모르고 잘 때까지 칭얼대서 기약 없이 달래줘야 합니다. 오늘도 교윤이는 몇 차례 바로 안 자서 내 팔뚝이 떨어져 나갈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래도 아프지 않고 잘 커 준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고 여깁니다.

하루 수유량 : 780mL
대변 6회, 소변 10회

5월 2일

새벽부터 들리는 빗소리가 반가운 날입니다. 일주일간 날이 더워서 교윤이 이마와 볼에 오돌돌 올라오는 트러블이 조금 나지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빗소리가 왠지 아이가 더 깊게 잘 수 있게 도와줄 것 같아요. 내가 집에 있는 동안은 내내 비만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처음으로 가장 오랫동안 어른 침대에서 잠들었어요. 어제저녁부터 새벽까지 우유만 먹고 바로 자고 있어요. 내 팔이 떨어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라 참 다행입니다. 잠투정이라도 부렸으면 내 몸은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날이 갈수록 교윤이 머리가 무거워져 갑니다. 품에 안으면 내 몸통보다 훨씬 커져 있는데 가끔 이런 애가 내 배 속에 있었다니 새삼 놀라워요. 초음파 사진을 기억하며 그 얼굴이 이 얼굴이었던가 되새겨보면 이목구비가 똑같은 것이 참 신기하네요. 여기서 더 무거워지면 안아주는 데 더 무리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덩치도 작은데 생각보다 팔다리가 약해서 큰일입니다. 체력을 좀 키워야겠어요.

하루 수유량 : 860mL
대변 5회, 소변 13회


5월 3일

어제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지 얼굴의 트러블이 가라앉았어요. 여름 동안 더울 텐데 앞으로 집에 온도 조절을 어떻게 한담? 오늘은 어찌어찌해서 교윤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간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네요. 잠을 풀로 못 자서 피곤하고 몸이 쑤시지만 어쩌겠니. 너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거부할 수 없는 나의 운명이 정해진 것을... 엄마와 아빠는 교윤이와 멈추지 않는 설국열차에 오른 기분입니다. 어제는 비가 와서 낮에 그렇게 잘 자는 너를 보니 비가 계속 와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어제 초저녁처럼 밥도 먹고 눈은 말똥말똥 4시간이 지나서야 잠이 드는 일은 점점 줄어들길 바래. 나의 팔과 무릎이 멀쩡해야 널 잘 돌볼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오늘도 한마디 할게. 이렇게만 건강하게 잘 자라줘.

하루 수유량 : 870mL
대변 4회, 소변 11회

5월 4일

오늘은 접종이 있어서 병원에 간 날이에요. 저번에 주사 맞을 때는 표정 하나 안 바뀌더니 오늘은 약간 울다가 다시 잠든
엄청난 내공이 엿보이네요. 아기들이 아픈 걸 잘 못 느낀다니 다행이에요. 밖에 날씨는 엄청 화창하고 따뜻한데 교윤이와
나는 아직 집에 있어야 하니 왠지 시간 밖에서 삶을 사는 느낌입니다. 교윤이는 오늘 맞은 주사를 평생 기억하지 못할 것이겠죠.
엄마와 아빠는 조마조마하며 병원 가느라 밖에 데리고 나가는데 과연 몇달 뒤에 자연스레 외출도 하고 밖을 걸어 다닐 시간이 올까요. 온다면 금방 올까요? 하루하루가 쌓이면 반년이 되고 1년이 되겠지만 왜 오늘의 하루는 더디게만 갈까요.

하루 수유량 : 960mL
대변 9회, 소변 14회